현대
한동안 네트워크 기능이 중요시되면서 리얼리티를 배제한 제품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곤 했다. 노바로직의 각종 비행시뮬레이션 시리즈등은 노바월드를 통해 수십명씩 플레이 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매우 비현실적인 사실성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팬을 확보하고 있다.
리얼리티냐 대중성이냐의 문제는 비행시뮬레이션계의 전통적인 화두중 하나이지만, 90년대 중후반에 사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제품들이 네트워크기능에 힘입어 비행시뮬레이션계의 주류를 이루었다면 근래들어 그러한 추세가 다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즉 네트워크 자체가 관심이던 것에서 네트워크는 단지 평범한 필수기능으로 인식되면서 다시금 비행시뮬레이션 자체의 본질적인 리얼리티에 대해서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검증받은 성공한 제품이 아니면 네트워크 기능이 있더라도 같이 플레이할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자체의 완성도가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오늘날 리얼리티에 치중한 하드코어 시뮬레이션을 들어보자면 제트기로는 제인스 F-15E와 MPS의 팰콘4.0이 대표적이다. 간혹 호넷코리아를 들기도 하지만 호넷코리아는 비행모델에 치명적인 왜곡이 있다. 사실은 제인스 F-15E도 마찬가지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제인스 F-15E가 현재의 기준에 입각해서 만들어졌다면, 팰콘4.0은 팰콘3.0에서 그랬던것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기준을 예상하고 만들어진 것 같다. 제인스 F-15가 더 먼저 나오긴 했지만 나름대로 성공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기술적 격차치고는 두 제품의 차이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제인스 F-15
호넷 코리아
팰콘4.0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라기 보다는 3.0에서 기획되었던 아이디어들을 최신 기술에 맞추어 재구성 하였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3D 조종석, 동적 캠페인, 네트워크기능들은 3.0에서부터 존재했던 개념들이지만, 개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다. 출시 초기에는 많은 버그와 시스템 낭비로 인하여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다행히 약 반 년간에 걸친 패치 이후 1.07에서는 원래의 기능들이 제대로 무리없이 수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도 국내에서 8명까지 무리없이 성공하였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정도면 공개서버가 아닌 이상은 충분한 접속기능이 될 수 있다. 해외에는 그이상 인원의 접속보고도 있다.
팰콘4.0 역시 동일한 엔진을 이용한 다른 기종의 추가출시가 계획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미 팰콘4.0이 출시되기 전부터 동시에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조만간에 미그29를 비롯하여 수 종의 패밀리들이 출시되어 제한적인 항공 통합 전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팰콘 4.0은 모든 면에서 현재 비교대상이 없으며 비교한다고 해도 다른 게임보다는 오히려 군사용 시뮬레이터에 비교되는 실정이다. 팰콘3.0때도 그랬지만, 팰콘 4.0 이후에 하드코어 비행시뮬레이션 매니아들은 팰콘4.0보다 못한 완성도를 보이는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공산이 크다. 제작사들도 이점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며, 추후 제품들에 있어서 매니아들을 주 소비자로 삼는다면 팰콘4.0의 완성도를 감안해서 제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적어도 부분적인 면에서만큼은 팰콘을 능가하는 작품을 내려 할 것이다. 결국 팰콘4.0은 3.0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수년간의 비행시뮬레이션 표준이 될 공산이 크다. 하드코어 비행시뮬레이션이라 하더라도 제작업체측에서는 상업성과 완성도의 기준을 잘 조절하여 어느정도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팰콘시리즈역시 그런 부분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체에서라면 "이런것까지야..."라고 생각할만한 부분 혹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하드코어라는 단어의 기준을 훨씬 엄격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팰콘 4.0
한편으로 최근의 프로펠러기 시뮬레이션 시장을 본다면 최근의 치열한 경쟁을 헤치고 결과적으로 여러 경쟁상대들 중에서 비교적 그래픽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MPS의 유러피안 에어 워가 승기를 잡은 것 같다. 이로써 경쟁사였던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와 합쳐진 MPS는 명실상부하게 비행시뮬레이션 계열의 최강자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게 되었다. 유러피언 에어 워를 비롯한 주로 프로펠러기인 몇몇 비행시뮬레이션들은 게임존이나 기타 공개 서버에서 서비스되고 있을 정도로 오늘날 비행시뮬레이션의 위치는 비록 상대적인 시장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부 극소수 매니아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유러피언 에어 워
물론 이밖에도 많은 종류의 시뮬레이션이 있다. 그러나 지면관계상 일일이 다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이제까지 주요한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사실성과 완성도를 기준으로 비행시뮬레이션의 계보를 살펴보아왔다. 필자는 이러한 뛰어난 비행시뮬레이션들이 있는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주요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데에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비록 이제까지 비행시뮬레이션의 발전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완성도를 기준으로 논의를 해왔으나, 비행시뮬레이션의 큰 범위에는 그점에 반드시 충실하지 않은 계열도 다수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하드코어 시뮬레이션이라 할지라도 상업적인 이유와 PC의 한계 때문에 어느정도 선에서 사실성과 재미의 선을 맞추는 것이 현실이며, 심지어는 군사용 시뮬레이터라고 할지라도 비용문제 때문에 특별히 중점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면 약간의 생략은 감수하기 마련이다. 결국 PC 비행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은 제작사의 상업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한도 내에서 재미와 사실성의 영역한계를 정하게 되는데, 각 제작사마다 이 영역구분이 모두 같지는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회사라고 할지라도 어느 팀이 제작하느냐에 따라 그 완성도는 달라진다. 기술력의 문제가 없지는 않겠지만 최근의 비행시뮬레이션 제작사들은 나름대로 전통과 경력을 확보하였다고 보는게 타당하기 때문에 비행시뮬레이션의 노하우를 이미 가지고 있을 회사들이 완성도 낮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순전히 상업적인 목적이라고 봐야 하겠다. 예를들면 팰콘3.0을 만든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사가 영화 탑건을 소재로 한 인터렉티브 비행시뮬레이션인 "탑건"을 만들어낸 것을 들수 있는데, 탑건은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에 치중하고 비행사실성은 대체로 많이 간략화 된 제품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팰콘4.0의 제작지연에 따르는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출시한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사와 합친 MPS에서 그 속편격인 탑건 호넷 네스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비행시뮬레이션이라기 보다는 매크워리어의 그래픽 엔진을 사용한 실질적인 3D 비행슈팅게임에 가깝다.
이렇게 상업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제품만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회사로 노바로직이 있다. 다른 회사의 비행시뮬레이션이 쥬라기 공원이라면 노바로직의 비행시뮬레이션은 고질라 정도로 비교하는게 좋을 것 같다. 비행 사실성은 최소한으로만 보증하고 노골적인 상업적 재미를 추구하는 회사인 것이다.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사실성의 단순화를 통한 쉬운 조작에 그치지 않고, 저사양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엔진을 이용함으로써 소비자층를 최대한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3D카드가 없이도 상당히 뛰어난 그래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만은 노바로직의 기술력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골적인 상업적 정책은 많은 비행시뮬레이션 매니아들로부터 매우 나쁜 평을 듣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상당수의 비행시뮬레이션 매니아들이 노바로직의 제품들은 비행시뮬레이션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으며 실제로 몇몇 비행시뮬레이션 동호회 게시판에는 노바로직의 제품에 대한 글쓰기가 금지되어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안좋은 평판이 상업적인 실패로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비행시뮬레이션 제작사라는 명분을 제외한 상품판매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 제품이 비행시뮬레이션이라고 인정받던 아니던 많이 팔리기만 하면 그만이므로 회사로서는 그런 비판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 같은데, 매우 나쁜 평판에도 불구하고 MiG-29, F-16, F-22를 대상으로 한 연작들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고 후에 이야기할 헬기시뮬레이션 쪽에서도 계속 제품을 내고 있다. 이러한 회사의 판매전략은 노바월드라는 공개서버로 이어져있고 이곳에서 위의 3가지 연작들이 통합전투를 벌일 수 있다. 그곳에서는 매일 수십명 이상의 게이머들이 미사일을 쏘면서 서로 전투를 벌인다. (비행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노바로직의 다른 게임들도 노바월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바로직 MiG-29
F-22 III
한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이러한 노골적인 판매위주의 정책을 취하는 노바로직도 자사 제품을 홍보할때는 실제 조종사의 검증을 받은 리얼리티 뛰어난 제품이라고 홍보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광고용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사실 비행시뮬레이션 계보에서 언급 안해도 그만이었다. 그러나 본 기사의 성격상 언급하는게 좋을 것 같고, 또한 노바로직이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결국 비행시뮬레이션이라는 것도 상업적인 이익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점을 감안하면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어느정도의 존재의의는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완성도의 극치를 달리는 비행시뮬레이션만이 반드시 존재해야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차원에서 비행시뮬레이션의 계보에 포함시켰다. 엄밀히 따지자면 MPS나 제인스로 대변될 수 있는 하드코어 시뮬레이션 계열 역시 저마다의 공략대상 소비자가 따로 있고, 그쪽 나름대로는 완성도를 충실히 해주어야 상업적인 판매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작시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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