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왜 PC-fi로 들어야 하는가
추억은 방울방울
커다랗고 둥근 LP 그리고 카세트테이프

1990년, 나의 첫 PC는 흑백 모니터에 하드디스크조차 없던 IBM-XT였다. 소리는 본체에서 흘러나오는 ‘삑삑’이 고작, 음악 감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음악은 ‘전축’의 몫이었다. 한쪽 스피커가 고장 난 낡은 전축에 커다란 LP판을 걸고 조심스레 바늘을 올려 ‘서태지’와 ‘듀스’의 음악을 들으며 꿈을 키웠다. 이는 번거롭지만 신성한 의식이었다. 휴대용 카세트테이프가 막 등장하던 시절이었는데 ‘마이마이’는 선택받은 아이들의 전유물일 뿐이었다.

디지털 음원인 mp3(MPEG Audio Layer-3)의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하지만 사운드카드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상당한 고가였다. PC에 CD-ROM조차 달려 나오지 않던 때였다.

1995년, 도스의 시대가 저물고 윈도 95와 함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시대가 열렸고, ‘사운드 블라스터’ ‘옥소리’ 등 사운드카드가 PC의 필수 장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음악을 듣는 PC’, ‘멀티미디어 PC’라는 수식어가 최신의 고성능 PC를 뜻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멀티미디어 PC’로 동영상을 본다거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1997년 널 소프트가 내놓은 MP3 플레이어인 ‘윈 앰프’는 모든 PC 이용자에게 디지털 음원의 경이로움 체험케 했다. 10분에 1MB를 내려 받는 전화 모뎀이 초고속 인터넷으로 대체되고, 저장장치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mp3는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나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어쩌다가 만나면 원시인이라도 발견한 듯 신기하게 쳐다보기까지 한다.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리고 바늘을 조심스레 내려놓는 일은 일종의 의식이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윈앰프는 모든 PC 이용자를 mp3의 신세계로 이끈다.

hi-fi에서 PC-fi로
PC는 선택 받은 소스 기기다

LP가, 카세트테이프가, 그리고 CD마저도 디지털 음원에 밀려 수구세력으로 낙인찍히면서 턴테이블과 CD 플레이어는 PC와 MP3 플레이어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LP를 턴테이블 위에 얹고 조심스레 바늘을 내리는 대신 ‘아이팟’의 휠을 돌린다. 음악 애호가들의 ‘불가침 성역’이었던 hi-fi 시장도 디지털 음원과 반도체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무릎을 꿇고 PC-fi란 신조어의 탄생을 허락한다.

PC-fi란 CD 플레이어나 턴테이블 같은 소스 기기 대신 PC를 활용하는 오디오 시스템을 말한다. 고가의 hi-fi 기기 대신 부담이 적은 PC로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음원을 디지털로 변환해서 저장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PC-fi의 매력이다.

고음질을 표방한 PC용 오디오 기기가 나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DVD의 보급과 함께 불어 닥친 5.1채널 스피커와 사운드카드 열풍은 PC에서도 고가의 사운드 기기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C에서도 DVD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수많은 마니아들이 수십만 원이 넘는 스피커와 사운드카드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내 PC조차도 당대 최고의 사운드카드 ‘사운드 블라스터 플래티넘’, 5.1채널 스피커 ‘이스턴’과 화음을 맞춰 보는 영광을 누렸다.

초기의 고급 PC 사운드 기기는 다채널 스피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콘텐츠도 5.1채널의 DVD와 멀티채널 사운드로 입체음향을 지원하는 게임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홈시어터 대신 DVD 감상을 위한 대체 기기나 게임기로 대접받을 뿐 오디오 기기로서는 철저하게 무시되어 왔다.

2009년 현재, PC는 단지 오디오 기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기로 당당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학습용, 음악 감상용, 라디오 청취용 기기를 대체한 지 오래다. PC로는 고음질을 구현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보수적인 오디오 애초가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PC-fi란 신조어가 그 증거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관련 제품군이 쏟아져 나오는걸 봐도 알 수 있다. 요즘 나오는 PC용 오디오 기기는 다채널이나 음향 효과 등에 집중했던 과거의 제품과 달리 ‘소리’ 자체에 중심을 두고 있다.

단련된 청음 능력이 없어도,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PC를 살 때 몇 천 원 주고 주워 온 스피커의 ‘꽥꽥’ 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10만 원이 넘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면 듣기 편하면서도 울림이 다른 소리에 ‘좋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마니아가 되는 것은 이 순간부터다. 그 ‘좋았던’ 소리의 질감이 기억에 남으면 어느 순간 PC 본체보다 비싼 스피커를 사게 될지도 모른다. 더 좋은 소리를 위해 외장형 사운드카드나 앰프를 구입하기도 한다. 지금 PC사랑을 읽다가 귀가 쫑긋했다면 당신의 발은 이미 PC-fi의 세계를 디딘 것이나 다름없다.


자존심 세던 hi-fi가 PC를 소스 기기로 인정하면서 PC-fi란 용어가 탄생했다.


벽돌 같은 이 물건이 한 때는 재력의 상징이었다.

PC-fi로 가는 길 - 소음과 진동부터 잡아야
인텔 코어 i7, 라데온 HD 4870 X2, 10,000rpm HDD 랩터……. PC 마니아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제원이다. 하지만 PC-fi를 꾸미기에는 좋지 않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시끄러운 쿨러 소음에 음악 감상은커녕 PC를 켜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PC-fi를 꾸미려고 마음먹었다면 과감히 그래픽카드를 교체하자. 쿨러 없이 방열판만으로 냉각하는 것이 좋다. 통합 그래픽카드도 좋은 선택이다. 전기 많이 먹고 뜨거운 코어 i7 같은 고가 CPU는 치우고, 저전력 듀얼코어 CPU로 돌아서자. 하드디스크도 성능을 좇을 게 아니라 소음을 제어하는 기술을 지닌 저소음 제품으로 구입해야 한다.

PC의 소음을 신경 쓰다보면 나중에는 미세한 진동으로 인한 소음마저 견디기 힘들어진다. 나 역시 ‘나는 막귀라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탁상시계의 건전지까지 빼버린 상태다.

part 2 무엇으로 들을 것인가?
첫걸음, 오디오 기기의 선택
사운드카드와 DAC, 그리고 스피커

10년 전 사운드카드하면 ‘사운드 블라스터’를 꼽았다. ESS, 크리스털 등 여러 회사에서 사운드카드를 내놓았지만 사운드 블라스터의 독주를 막을 수 없었다. 차츰 PC가 발전하면서 PCI 주류였던 사운드카드, LAN 카드의 기능이 메인보드에 통합되면서 결국 사운드카드는 게이머, 뮤지션 등 극소수 마니아만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다. 사운드 블라스터의 제조사 크리에이티브가 꾸준하게 제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좁은 시장에서 오디오트랙 등 실력 있는 사운드 기기 업체와 경쟁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로도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PC-fi 시스템을 꾸미려는 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까? 대답은 ‘결코 아니오’다.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는 사운드카드가 아니다. ‘코덱’이라고 불리는 칩셋 일부분만 가져와 ‘에뮬레이팅’하는 방식이다. 사운드카드 흉내만 낸다고 보면 된다. 수많은 다른 부품과 한 지붕에 같이 살고 있다 보니 전기적 방해와 간섭이 생기게 된다. 하드디스크를 읽을 때마다 소음이 들리기도 한다. 사운드카드는 모든 데이터를 스스로 처리하지만,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는 CPU 등 다른 장치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다. PC 성능이 좋지 않으면 여러 가지 작업을 할 때 음악이 끊기거나 소음이 나오기도 한다. 높은 제원을 요구하는 게임을 할 때는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 때문에 속도가 떨어지는 일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운드카드를 써야 할까? 사운드카드는 ‘단자에 금도금을 했느냐’, ‘어떤 칩셋을 올렸느냐’보다 어떤 DAC(Digital-to-Analog Converter)을 썼는지가 중요한다. 마니아가 쓰는 분리형 DAC는 천만 원이 넘는 것도 있다. 분리형 DAC 중 중급 기기가 50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여기서는 PC-fi 입문자를 위한 보급형만 소개하겠다.

사운드카드는 많이 들어봤겠지만 DAC는 생소한 독자가 많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디지털 신호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어 주는 장치다. 가수가 녹음을 하면 목소리가 마이크에 담겨 녹음되고 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저장한다. 이를 다시 들을 때 아날로그로 파형으로 변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한다. 만약 2리터 물병에 바가지로 물을 담는다고 해보자. 분명 옆으로 흘리는 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무호스나 깔때기를 쓴다면 세어나가는 물이 적을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DAC다. DAC이 시원치 않으면 원음에서 흘려버리는 부분이 많아서 뭔가 허전한 음악을 듣게 된다. 성능 좋은 DAC의 음질을 한번 느껴본 사람이라면 저가 사운드카드를 다시 쳐다보지도 않게 될 정도다. 값 비싼 사운드카드일수록 DAC의 해상도가 좋다.

20~30만 원의 예산으로 PC-fi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면 코웃음 치는 마니아도 있을 터다. 하지만 우리는 PC로 좋은 소리를 듣겠다는 것이지 집안 살림을 거덜 내자는 건 아니다. PC-fi 세계에도 PC 이용자들의 금과옥조인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은 분명히 있다. 처음 PC-fi를 꾸미려는 이들에게 딱 맞는 사운드카드와 외장 DAC를 소개하겠다.


PC AV 시스템의 문을 연 다채널 기반의 사운드 블라스터 시리즈

한 단계 위의 오디오 장치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언제나 옳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기가 많다. 반대로 고가의 장비라면 무조건 신뢰하고 보는 태도는 싫어하지만 물건이 비싼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PC-fi 동네 주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제품을 더 소개하도록 하겠다.

JAVS DAC-1 Overture USB
DAC 성능도 좋고, 오디오 성능도 빵빵해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기기다. 값은 29만 원.

스타일오디오 Carat Ruby
Carat Peridot의 형님뻘로 제품이다. 좀더 좋은 부품이 들어간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Peridot보다는 Ruby의 지지도가 높다.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다면 적극적을 관심을 가져도 좋은 기기다. 값은 25만 원이다.



외장 DAC를 달면 좋은 소리를 얻을 수 있지만, 값이 부담스럽다.

게임, 영화, PC-fi까지 만능 재주꾼
크리에이티브 사운드 블라스터 X-Fi 익스트림 뮤직


사운드 블라스터 특유의 과장된 저음을 손 본 음악용 사운드카드다. 하지만 사운드 블라스터는 태생이 그랬듯이 음악보다는 게임에 좀더 알맞은 특성을 지녔다. 오디지 시리즈와 비교해 봤을 때 음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음악을 듣는 순간 어딘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음악뿐 아니라 게임과 영화에서 서라운드 효과를 즐기고 싶은 이용자에게 알맞다.

기판 설계 실력은 발군,
아수스의 독특한 사운드카드
아수스 XONAR DX 7.1


아수스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PC-fi용 사운드카드다. LP타입이라 슬림 PC와 잘 어울리고, PCI 익스프레스 슬롯에 꽂아 써 PCI 슬롯보다 응답속도가 빠르다. 케이스 전면 오디오 단자를 위한 출력 기능을 갖췄고, 사운드카드로는 드물게 전원을 필요로 한다. 사운드 블라스터처럼 뼈대 깊은 가문은 아니지만 온갖 재주를 듬뿍 넣어 게임이나 영화 감상에 좋다. 과거의 전축처럼 둔탁하고 어두운 사운드가 좀 아쉽다.

하이파이 입문에 딱 맞는 카드
프로디지 HD2 어드밴스 디럭스


프로디지는 작곡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이 많이 선택을 하는 사운드카드다.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프로디지 HD2 어드밴스’ 역시 해상력이 뛰어나다. 음색을 결정하는 OPAMP 칩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PC-fi뿐 아니라 리시버, 디코더에 연결해 AV 시스템을 꾸미는 데도 알맞다. 드라이버가 업데이트 되고는 있지만, 조금 불안하고 호환성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오랫동안 사랑 받은 PC-fi의 표준기기
온쿄 SE-90 PCI PLUS / PCI


일본 AV기기 제조사 온쿄가 내놓은 사운드카드다. PC-fi 마니아 사이에선 이미 ‘정석’으로 불리는 카드다. 그만큼 인기가 좋고 널리 쓰인다. 비아의 오디오 칩인 ‘Envy 24MT’를 썼고, 보기에도 부담스러운 대용량 캐퍼시티를 달아 안정성을 높이고 잡음을 없앴다. 고급 오디오 시스템에 쓰는 ‘카나레 RCA’ 케이블이 기본으로 들어있고 LP형이여서 슬림 PC와도 궁합이 잘 맞다. 온쿄 사운드카드는 오디오 감상으로 만들어져 2채널에 충실하고, 음질만큼은 최고라 평가 받는다. 저음과 고음의 음역대가 고르기 때문에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사운드블라스터에 익숙한 독자라면 저음이 밍밍하고 건조한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날카로운 사운드마저 부드럽게 만들어버리는 온쿄의 사운드는 단점이자 장점.

성능 좋고 부담 없는 입문용 DAC
스타일 오디오 Carat Peridot


2009년 가장 주목받고 있는 USB용 사운드카드다. DAC으로도 분류하는데 쓰임새에 큰 차이는 없다. 페리도트는 보석의 일종인 감람석을 뜻한다. 별도 전원은 필요 없고, 손바닥만 한 사이즈에 산요 오스콘, 위마, 실버 마이카, 비샤이데일 등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고급 오디오 부품을 쏟아 부었다. 헤드폰 앰프나 외장 DAC로도 손색이 없지만, 마이크 입력단자는 없다. PC뿐 아니라 매킨토시에도 꽂기만 하면 알아채 PC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도 편하게 쓴다. 군더더기 없고 상쾌한 음질이 일품이다.

PC-fi 입문용 스피커
음악 감상엔 2채널이 제격

PC-fi 초보가 자주 범하는 실수가 2.1채널 스피커를 구입하는 것이다. 2.1채널은 좌우의 음역 중에 초저음이 우퍼 스피커로 출력되는데, 이때 음원 손실이 있다. 킥 드럼이나 베이스 악기가 아닌데도 저음이란 이유로 우퍼 스피커로 들어가 파묻히게 된다. 설치를 잘못하면 저음이 떨리기 때문에 균형 잡힌 음을 얻기 힘들다. 5.1채널도 나쁘지 않지만 AV 시스템과 다른 게 없어져 PC-fi란 성격이 모호해진다. 영화 감상에는 좋지만 2채널의 음악소스를 5.1채널로 버무려 음역을 마음대로 섞어버리는 일도 있다. 정직한 소리, 좋은 음악을 듣고 싶다면 2채널로 구입하자. 제대로 된 2채널은 어설픈 5.1채널보다 좋은 음질과 입체감을 보장한다.


멀티웨이 스피커는 저역, 중역, 고역을 담당하는 유닛을 따로 갖추고 있다. 사진은


풀 레인지 스피커는 스피커 하나로 저역, 중역, 고역의 모든 소리를 낸다.

패시브 or 액티브 / 풀 레인지 or 멀티웨이
2채널 스피커로 결정했다면 패시브 스피커와 액티브 스피커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hi-fi 시스템에서는 별도의 앰프나 리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패시브 스피커를 쓰고, PC에는 앰프가 없기 때문에, 스피커 안에 앰프가 들어 있는 액티브 스피커를 쓴다. PC에 앰프를 연결할 생각이라면 패시브 스피커를, DAC이나 사운드카드에 바로 스피커를 연결할 생각이라면 액티브 스피커를 사야 한다. 값이나 설치 편의성 등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보기는 힘들고, 환경에 따라 선택해야 할 일이다.

풀 레인지 스피커는 하나의 유닛으로 모든 소리를 재생하는 스피커를 말한다. 재생역역이 멀티웨이 스피커와는 차이가 나지만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중역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소리가 자연스럽고 편하다. 하지만 생생함과는 거리가 있다. 고역과 저역을 재생하는 능력이 좋지 않아서다. 멀티웨이 스피커는 초저음인 우퍼와 초고역인 트위터가 분리되어 입체감과 음의 표현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설계에 빈틈이 있으면 음의 균형이 맞지 않기도 한다.


이상적인 스피커 위차

스피커 설치 방법
과거에는 스피커 설치라고 해봤자 빈자리에 스피커를 올려두는 게 다였다. 하지만 스피커 기술이 발전하고, 사람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스피커 설치 방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좌우 스피커의 간격이 너무 멀면 음장감이 약해져 입체감이 들지 않는다. 스피커 사이를 너무 붙이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은 것도 좋다. 또 청취 방향으로 조금 비틀어 주자. 발을 모으듯이 좌우 스피커를 듣는 방향으로 약 5도 정도 기울이면 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는 음의 해상력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토우-인 기법’이라고 한다.

조지 캐다스(Georage Cardas)는 ‘피보나치 수열’을 이용해 ‘황금비 직육면체 시청실’이라는 이상적인 청취공간을 제안했다. 가로:세로:높이 비율 16:26:10이 음악을 듣기에 가장 좋은 배치라고 한다. 보통 PC 스피커는 벽 근처에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림처럼 뒷부분을 떨어 뜨려 두면 공간감과 현장감은 배가 된다.

이론적인 부분을 너무 따지면 PC-fi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사실, 이런 부분은 하나의 견해일 뿐 청취용 음악을 하나 선곡해서 이리 저리 자신이 움직여 보고 올바른 배치를 찾는 것이 가장 좋다. 잘 모르겠다면 주위의 친구들을 동원하거나 전문가가 있으면 집으로 초대해서 도움을 요청해도 좋다.


스피커 아래 스파이크를 달아 바닥으로 전해지는 진동을 최소화하면 더욱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피커 길들이기
아스팔트길을 달릴 때,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것과 슬리퍼를 신고 달리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슬리퍼를 신고 달리면 발도 아프지만 쿵쿵 거리는 진동이 머리까지 느껴진다. 스피커도 마찬가지다. 스피커나 스탠드 밑에 뾰족한 스파이크나 받침대로 진동을 차단하면 더 좋은 소리가 난다. 저음의 크기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음상이 더 깔끔해져서 원음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대리석을 깔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파이크가 없다면 고무지우개나 10원짜리 동전을 균일하게 깔아 두어도 괜찮다.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 친구, 포도주, 그리고 스피커다. PC 부품은 오래되면 찬밥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필자는 과거 37만 원을 주고 ‘부두 3’ 그래픽카드를 구매했다, 지금은 5천 원에 내놓아도 사가려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스피커는 사정이 다르다. 스피커는 자주 듣는 음악의 특성에 따라 음색이 점점 변한다. 댄스 음악을 자주 들으면 베이스음이 탄탄해지고, 클래식을 자주 들으면 고음역이 선명해진다. 이를 에이징(길들이기)이라고 한다. 실제로 브리츠의 저가 스피커 ‘BR-1000A’는 5만 원도 채 안되지만, 음악전문가들은 이를 잘 길들여 모니터용으로 쓰기도 한다. 음색이 맘에 안 든다고 실망하지말자, 6개월만 꾸준히 음악을 틀어 단련시키자. 그러다보면 내 스피커가 내는 음색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브리츠의 역량이 녹아있는 PC 스피커
브리츠 BR-1900T3 13만 원대 액티브 / 2웨이 방식

브리츠 ‘BR-1900T3’은 화려한 맛은 부족하지만 외형은 중후한 느낌이 나도록 다듬었고, 음질도 상당히 개선된 스피커다. 서브우퍼가 없어도 박력 넘치는 저음이 흘러나온다. 저렴한 10만 원대이지만 20~30만 원대의 스피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액티브 PC 스피커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커를 사운드카드에 연결하면 바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앰프를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작다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보스 Companion 시리즈 2 20만 원 액티브 / 1웨이 풀레인지

보스는 ‘명품을 만든다’는 스피커 업체다. ‘Companion 시리즈 2’는 듀얼 입력단자를 갖추고 있어 외부 오디오 소스를 손쉽게 연결하고, 작은 덩치에 비해 깨끗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2채널이지만 5.1채널처럼 넓은 공간감을 표현하고 풍부하지만 과장되지 않은 저음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모니터용 스피커도 좋은 선택
이고시스 니어 04 모니터 스피커 18만 원대 액티브 / 2웨이 방식

이고시스는 PC 사용자들에겐 생소하지만, 뮤지션들에게는 브리츠보다 더 알려져 있다. 작곡가, 프로듀서들이 쓰는 모니터 스피커를 만드는 제조사라서다. 모니터 스피커란 작곡, 편곡을 할 때 피아노, 드럼, 목소리 등의 음량을 정리하고 좌우로 배치하여 음반을 낼 때 가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영역을 지정하는 작업에 쓰는 스피커를 말한다. 해상력이 뛰어나서 PC-fi용으로도 제격이다. 다만, 너무나 정직하기 때문에 저음이 가볍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성능과 디자인 부족함이 최상의
PC 스피커 이노스웰 피콜로 20만 원대 액티브 / 1웨이 풀레인지 방식

독자들을 PC-fi의 세계로 이끌면서 이 스피커를 빠뜨릴 수는 없다. 초미니형이라 풀 레인지 방식이지만 저음과 고음이 깔끔하게 잘 분리된다. 앰프 모듈이 있는 오른쪽 스피커 앞부분에 조작 버튼이 있고, 광 출력 연결 단자, USB 입력 단자, 아날로그 단자를 갖추어 입맛에 맞게 연결한다. 조금씩 한정으로 생산해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단점.



입문자를 위한 최적의 패시브 스피커
캠브리지 오디오 S30 25만 원대 패시브 / 2웨이 방식

30년 전부터 R50, R70등의 스피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캠브리지 오디오의 'S30'은, 작게 만들다보니 대형 스피커에 들어간 부분을 포기해서 일부 스펙이 줄어들긴 했지만 캠브리지의 명성을 이어나가기 충분하다. 저음보다는 중역과 고역에 주목하자. 개방적이고 디테일한 음질이 일품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들어보자. 선율 하나하나가 소름끼치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깔끔함과 세련됨으로 무장한 캠브리지 오디오 S30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패시브 스피커인 만큼 앰프가 필요하다.



part 3 무엇을 들을 것인가?
PC-fi와 궁합 잘 맞는 음원 소스 준비
mp3가 디지털 음원의 전부는 아니다

디지털 음원하면 mp3를 떠올리지만 모든 이들이 mp3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과거 LP판의 따뜻한 느낌도, 선명하고 깨끗한 CD의 느낌도 없다는 이유다. 과학적으로 잘 들리지 않는 음역을 없애고 억지로 용량을 줄인 탓에 공간감, 생동감이 부족하다. 처음엔 CD 음질과 구분이 어렵지만 귀가 단련이 되면 mp3에 정이 들지 않을 것이다. DSLR 디지털 카메로라 찍은 사진을 보다가 폰카로 찍을 사진을 보는 듯 ‘답답하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갖고 있던 mp3를 버릴 필요는 없다. 음질이 더 떨어지는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듣게 될 수도 있고, 스트리밍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질 낮은 음악을 듣는 일도 있다. 다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적어도 두 팔 걷어붙이고 PC-fi 시스템을 꾸민다면 눈앞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하듯이 깨끗하고 웅장한 음악을 즐겨봐야 하지 않을까?


ogg 포맷은 mp3보다 압축률이 좋아 이용자가 늘고 있다.

음원소스의 선택
용량 작고 음질 좋은 FLAC 포맷 인기

좋은 음질의 음원 소스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 CD를 ‘리핑’하는 것이다. 리핑이란 CD 음원을 wav, mp3, wma등의 디지털 포맷으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CD의 원음에 가장 가까운 것은 wav 포맷이다. 뮤지션들도 wav 포맷으로 작업을 하고 녹음을 한다.

필자가 고교시절에 좋아했던 N’SYNC의 CD를 리핑해 보았다. 프로그램은 ‘이지 CD-DA 익스트랙터 9.0’을 썼다. wav 포맷으로 리핑 했더니 35.4MB, mp3는 3.21MB(128K 기준)이었다. 테라바이트 시대라곤 하지만, 10배가 넘는 용량은 왠지 부담스럽다. CD 음원에 가까운 음질과 mp3 같은 가벼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없을까?

추천하고 싶은 음악 포맷은 flac이다. mp3는 음역을 제거해 저고음 음역대가 깎여버리지만 flac는 ‘무손실 압축’을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정보를 담아 압축한 것으로 음질은 WAV와 같다. 압축한 상태에서 재생과 건너뛰기가 자유로워 PC-fi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포맷이기도 하다. flac 포맷은 wav 포맷보다 10MB 정도 용량이 작다. ape(Monkey’s Audio) 포맷도 무손실 오디오 압축 코덱이지만 flac보다는 호환성이 떨어져 구형 애플 시스템에서는 알아채지 못한다.

flac의 용량도 부담 된다면, Ogg 포맷도 좋은 선택이다. flac처럼 무손실 압축 포맷은 아니지만 용량은 mp3와 비슷하고 음질은 더 좋다.


가장 보편적인 CD 리핑용 유틸리티 이지 CD 익스트랙터.



좋은 음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어
솔직히 얘기하자. PC-fi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PC-fi를 꾸미겠다고 퇴직금을 장비에 다 써버려 이혼까지 했다는 고백, PC-fi 장비를 다 팔았더니 차 한 대 살 돈이 생겼다는 사연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비록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귀가 단련되면 단련될수록 한도 끝도 없는 것이 바로 PC-fi, 오디오의 세계다. 좋은 음질을 위해 스피커나 케이블을 개조하는 이들도 있고, 안방 하나를 온통 스피커로 꾸미고 청음실을 위해 집을 개조하는 이들도 있다. 어떻게 하면 싸고 좋은 제품을 골라 PC-fi를 꾸밀까 고민을 많이 했다. 어느 정도 투자에서 타협하느냐의 문제이지 ‘만족’을 목표로 하다가는 사람 버리기 십상이다.

쓸만한 PC, 소리를 잘 들려주는 스피커, 그리고 깔끔한 소리를 내는 사운드카드 이 삼박자가 가장 중요하다. PC-fi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이에게는 부족함이 있는 내용이지만 PC의 사운드에서 뭔가 허전함을 느꼈던 초보자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귀가 mp3에 완전히 길들여지기 전에 더 나은 소리의 세계를 경험하라.

WAV와 MP3 음원의 음역 차이
mp3는 저음, 고음역대가 많이 깎여 음역이 좁다. 질 나쁜 음원에 익숙해져서 좋은 소리를 구별할 수 없는 단계가 되기 전에 골라서 들을 필요가 있다.


WAV


MP3

PC-fi를 위한 필수 소프트웨어
이지 CD-DA 익스트랙터 유료 셰어웨어

www.poikosoft.com
오랫동안 많은 사랑 받아 온 ‘EASY CD-DA Extractor’는 오디오 CD 음원을 추출하는 오디오 CD 리퍼, CD 음원을 mp3 등으로 변환하는 오디오 파일 컨버터, 디지털 음원을 오디오 CD로 굽는 오디오 CD 크리에이터 등으로 구성된다. 등록하지 않으면 30일 동안만 쓸 수 있다.

푸바 2000 무료 프리웨어

www.foobar2000.org
‘Foobar 2000’은 음악 재생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파일 변환과 CD 리핑 기능도 매우 강력하다. 겉모습은 보잘 것 없지만 음악과 관련된 일이라면 못하는 것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flac, ogg까지 자유자재로 다룬다. 단, 이런 기능을 쓰려면 사전에 관련 컴포넌트 파일을 내려 받아 설치 폴더에 복사해 넣어야 하고, 필요한 인코더 역시 알아서 구해야 한다.

프리 CD 리퍼 무료 프리웨어

www.spesoft.com
빠른 속도가 자랑인 CD 리핑 툴이다. 오디오 CD를 flac, ogg, wma 등 여러 종류의 사운드 포맷으로 바로 변환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음원을 다른 포맷의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하는 것은 안 되지만 오디오 CD 변환 기능은 유료 프로그램 못지않게 충실하다. 가끔씩 멈추거나 튕겨져 나가는 버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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